CBDC 도입 현황과 향후 전망
전 세계가 디지털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돈’도 예외가 아닙니다.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CBDC’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통화로, 기존의 지폐나 동전처럼 공인된 가치와 지급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디지털 통화가 주목받고 있을까요?
왜 CBDC가 필요한가?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결제와 온라인 뱅킹,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용이 급증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예: 테더, USDC)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널리 사용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또한 팬데믹 이후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면서,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한 공식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계 각국은 CBDC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거나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의 글로벌 확장 시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CBDC를 실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디지털 위안화(e-CNY)’는 이미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외국인 관광객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동남아시아, 아랍권,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결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는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결제망(SWIFT)에 대한 대안 시스템을 만들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디지털 유로 준비 단계 돌입
EU는 2023년부터 디지털 유로화를 위한 사전 조사에 돌입했고, 현재는 파일럿 설계와 기술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디지털 유로는 유로존 내 국가 간의 통합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 간 빠르고 저렴한 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현금과 공존하는 디지털 통화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효율성과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전략입니다.
미국: 디지털 달러는 아직 '검토 중'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은 아직 디지털 달러(Digital Dollar)를 공식 도입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MIT와 공동으로 ‘해밀턴 프로젝트’를 통해 CBDC 관련 기술을 실험했으며, 2023년에는 다수의 의견수렴 문서를 통해 민간의 반응과 우려를 분석했습니다. 2025년 현재, 미국은 CBDC 도입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기술적·정책적 기반을 다지는 중입니다.
미국의 경우, 민간 금융 산업이 워낙 방대하고 혁신 중심이라 정부 주도의 디지털 통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 디지털 원화 준비 중
우리나라도 CBDC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0년부터 디지털 원화(CBDC) 도입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2021~2022년에는 2단계 기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2023년에는 한국거래소, 금융결제원, 민간 은행들과 함께 유통 테스트를 진행하며 실제 유통 구조를 실험했고, 2024년부터는 가상 환경에서의 결제 시스템 실험과 동시에 CBDC 기반 토큰화 자산 시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국경 간 송금, 금융 포용, 긴급 상황 대응 수단으로 CBDC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각적으로 분석 중입니다. 아직 공식 발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술력과 제도적 기반은 상당히 앞서 있는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CBDC가 가져올 변화와 잠재적 리스크
CBDC는 단순히 '돈의 디지털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글로벌 금융 질서와 국가 경제 주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 국제 결제 속도 개선: 기존 SWIFT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해외 송금 가능
- 통화 정책의 정밀 조정: 실시간 통화 흐름 파악으로 정책 효과 극대화
- 금융 포용성 향상: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도 혜택 제공
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 개인 정보 보호 이슈: 정부가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우려
- 민간 은행의 기능 약화: CBDC가 예금 이탈을 유도할 가능성
- 사이버 보안 위협: 해킹이나 시스템 장애 발생 시 국가 전체에 타격
앞으로의 전망
2025년 현재, 세계는 CBDC 개발 경쟁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중국은 선점 전략을 통해 국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고, 미국과 EU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며 대응 준비 중입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빠지지 않고 발빠르게 움직이며, 디지털 시대의 통화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CBDC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미래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돈의 개념이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어떤 기회와 도전을 가져올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